디지털 헬스케어 정책 현황 및 과제
한국정보화진흥원 김태원 책임연구원
식생활의 변화 및 운동부족에 따른 성인병 증가, 급속한 인구고령화, 사망 질환의 관리 질환 전환에 따른 국민의 의료 복지 수요 급증으로 정부의 보건 의료 재정 부담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정도로 급속하게 진행 중으로 노인의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건강보험재정에 감당하지 못할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노인의료비의 급등으로 건강보험재정 수지는 장기적으로 적자행진을 보이면서 적자규모가 2020년 6조3천억 원에서 2030년 28조 원, 2040년 64조5천억 원, 2050년 102조1천700억 원에 이어 2060년에는 13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건강보험재정 적자규모>
※ 출처 : 국민건강보험공단(2012),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건강보험 수입지출 구조 변화와 대응방안
이에 ICT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가 효과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의료서비스 패러다임이 질병 치료(Cure)에서 예방 관리(Care)로 변화함에 따라 국가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국민 건강수명 연장을 위한 예방 및 모니터링 기반 건강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스마트 폰의 대중화, 데이터 통신 속도의 증가,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 출시, 빅데이터 분석기술 발달 등에 힘입어 다양한 질환에 대한 개인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저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 보건·의료서비스 산업은 ICT 융합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핵심 비즈니스로서 육성하고자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Health IT 계획, u-health 선진화 계획을 추진 중이며 2015년 초에는 의료기기와 연동 가능한 모바일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을 공식 승인함으로써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헬스산업을 경제성장 안전화, 구조조정, 개혁추진, 국민행복 증진을 추진하기 위한 지주 산업으로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은 원격의료를 골자로 한 ‘디지털헬스 육성 계획’을 확정했고, 무선통신 업체, 지역 진료소와 함께 '무선 심장 건강'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였다. 중국 정부는 모바일 기기 및 온라인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부족한 의료진과 병상 수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 의료보험 규모가 2020년까지 총 100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중국은 세계 최대 헬스케어 시장으로 급부상 중이다. 일본은 이미 2005년에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였다. 일본은 2001년부터 헬스케어 정보화를 시작으로 의료표준화, 정보인프라 구축 등을 조기에 진행하였고, 헬스케어 산업을 국가산업으로 선정하여 헬스케어 벤처회사에 현금투자를 하는 등 민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원과 동시에 규제도 완화함으로써 기업들이 개발한 기술이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러한 결과로 일본의 헬스케어 산업은 뛰어난 진단 기술과 생체 센싱 기술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건강 상태나 병의 징후 감지, 예후를 관리하는 새로운 기술, 제품, 서비스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EU는 u-Health 활성화를 위해 6억 유로를 투입하였고, 고령자들에게 ICT기기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영국 정부는 2017년까지 300만 명의 텔레헬스시스템 이용 목표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선진국들이 적극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을 펼쳐 그 성과를 보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법규제로 인해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실정이다. 의료기기에 대한 엄격한 규제, 의료정보의 유통 및 이용제한 등 법적 한계로 헬스케어 서비스는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으며,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서비스 제공자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서비스 모델도 부재하다. 의료체계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사안이나 정부, 의료계, 산업계 등의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점도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정체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서비스 수요 창출, 서비스 생태계 조성, 검증을 통한 단계적 법·제도 개선을 목표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ICT 융합사업을 추진 중이거나 추진 예정에 있다. 개인의 건강기록을 기반으로 다양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개인 건강정보 기반 개방형 ICT 힐링플랫폼 기술 개발’,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반으로 일반인, 청소년, 고령자 등의 건강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개발하여 적용하는 ‘수요연계형 Daily Healthcare’, 중증질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회복 지원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스마트 기술 기반 After-Care 서비스 실증인 ‘중증질환자 After-Care 기술개발 및 실증’, 건강검진결과(Health Index)와 연계하여, 잠재환자 대상 ICT 기반 웰니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여 질환을 사전예방하는 ‘공공 ICT 웰니스케어 선도적용’ 등이 그러한 예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또한 규제개혁에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ICT 융합산업 활성화를 위해 법적근거가 미비한 ICT 융합분야에 법적근거를 마련하여 시장진입 장벽을 철폐하고, 규제완화를 통해 민간투자를 촉진시켜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인 데이터를 용이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이지 못한 후행성 규제는 개선하고, 모호한 규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어 있는 의료정보이기에 그 접근은 신중해야하겠지만 규제를 위한 규제, 현실과 괴리된 규제로 인해 기술력을 갖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ICT 융합 기반 보건·의료서비스는 고부가가치 및 고용창출 효과가 높아, 기존 국가 주력산업 보다 우수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신수종산업이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와 의료계와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지원과 규제의 개혁이 병행된다고 하더라도 의료계의 협력 없이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의료계의 협업이 이뤄질 때 비로소 디지털 헬스케어가 활성화 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한 삶 증진 및 국가 의료보험 재정 부담이 절감될 수 있을 것이다